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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방송을 다들 게임 컨셉으로 안다

04. 공개 확인

무료 공개4 / 6화
가독성

소라는 찢어진 계약서 조각을 카페 테이블 위에 모아 두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이레의 방송 화면 한쪽에는 새 공지가 떠 있었다. '현장 협업은 동행 헌터의 판단을 우선합니다. 방송은 기록이며 지시가 아닙니다.' 소라가 문장을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

"마지막 줄은 너무 길어요."

"뭘 빼요?"

"지시는 아니라고 하면, 다들 지시로 듣겠죠. 그냥 현장 헌터 말부터 들으라고 해요."

이레는 문장을 지웠다가 다시 썼다. 화면 아래에는 오늘의 제목도 새로 붙어 있었다.

관리동 던전, 공개 확인.

"계약서 찢은 걸 왜 방송 제목에 안 넣어요?" 파란말풍선이 채팅으로 물었다.

"찢은 건 계약서고, 오늘 볼 건 길입니다."

"둘 다 콘텐츠 같은데요."

"그래서 제가 싫어하는 겁니다."

소라는 화면 밖에서 짧게 웃었다. 이레는 마이크를 돌려 소라 쪽으로 향하게 했다.

"오늘은 정소라 헌터가 같이 들어갑니다. 제가 태그를 읽고, 소라가 할 수 있는지 판단합니다. 둘 중 하나라도 안 된다고 하면 돌아옵니다."

소라가 화면 안으로 반 걸음 들어왔다. 카메라를 향해 손만 들었다.

"저는 길을 안 믿습니다. 사람을 봐요. 레이가 멈추라고 하면 이유를 묻고, 이유가 없으면 안 움직입니다."

절벽콩: 이게 진짜 협업 방송이지 파란말풍선: 헌터 NPC 호감도 높다

이레는 채팅을 읽고도 정정하지 않았다. 소라의 말이 화면에 남아 있으면 충분했다.

――

관리동 던전의 공식 입구에는 관리국 임시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이틀 전의 비상 접수 때문에 정면 계단은 차단됐고, 허가받은 헌터만 1층 민원실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레와 소라는 더 깊이 갈 생각이 없었다. 오늘은 정면 통로의 발걸음 태그가 무엇을 세는지, 그리고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입구 바닥의 타일 위에 태그가 떠올랐다.

[정면 통로 / 위험: 같은 발걸음이 세 번 겹친다]

[선택지: 호출 버튼]

글자는 두 줄뿐이었다. 이레는 잠깐 눈을 감았다. 사무실 203과 시설 통로에서 배운 것은, 두 줄을 읽었다고 다 읽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입구 벽을 더 살폈다. 낡은 비상 호출기, 유리 덮개, 그리고 호출기 아래의 작은 안내문. 태그는 거기에는 없었다.

"세 번 겹친다는 게 사람 수인지, 걸음 수인지부터 보죠." 이레가 말했다.

소라는 타일 경계 앞에서 발을 멈췄다.

"실험한다는 뜻이에요?"

"한 칸만요. 내가 먼저 오른발로 밟고, 소라는 왼발로 밟아요. 같은 리듬이면 바로 물러나고. 위험하다고 읽힌 곳까지 가는 건 아닙니다."

"방송에서 그걸 다 말해요?"

"보고 있는 사람은 결과만 보면 따라 하니까요. 실패할 수 있는 부분도 봐야 해요."

소라는 잠깐 이레의 얼굴을 살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 카메라를 향해 두 손가락을 폈다.

"두 번만. 세 번째 전에 나옵니다."

이레가 첫 타일을 밟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소라가 옆 타일을 밟았다. 바닥 아래에서 낮은 클릭음이 났다. 이레는 바로 발을 뺐다.

"하나씩이 아니라 같은 박자네요." 이레가 말했다.

"그럼 셋째를 밟아 보면 되겠네요."

"안 됩니다. 지금 알 수 있는 건 두 번이면 소리가 난다는 것까지예요. 셋째에서 뭘 하는지는 다음 사람이 목숨으로 확인할 이유가 없어요."

파란말풍선: 보스 패턴 2타까지만 보고 빠지는 공략은 처음 봄 절벽콩: 그게 맞죠. 여기 바닥은 사람 발자국 많으면 진동 심했어요

소라는 카메라를 흘끗 봤다.

"적어도 이번에는 왜 멈추는지는 알겠네요."

이레는 그 말을 듣고 호출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태그를 더 읽으려던 순간, 손끝이 유리 덮개에 닿았다.

"정면 타일은 세 번 같은 발걸음이 겹치면 위험해져요. 한 사람씩, 같은 속도로 걷지 말고요."

"호출 버튼은?" 소라는 유리 덮개를 가리켰다.

"관리국에 연결되는 장치일 가능성이 있어요. 누르기 전에 주변부터 볼게요."

"가능성은 공략이 아니에요."

"알아요. 그래서 누를 사람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바닥수리: 버튼 누르면 관제실 문 열리는 이벤트 같은데 절벽콩: 관리동 호출기는 원래 경비실 쪽이었어요. 다만 던전 되고 나서는 모르겠네요

이레는 호출기 유리 덮개에 손을 가까이 댔다. 그 순간 유리 안쪽에 있던 태그가 뒤늦게 보였다.

[비용: 응답이 오기 전까지 문 하나를 붙잡을 것]

이레는 손을 뗐다. 늦었다. 손끝이 유리 덮개를 살짝 밀었고, 호출 버튼이 눌렸다.

복도 끝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아, 이런. 소라, 입구 문 잡아요."

"왜요?"

"문 하나를 붙잡으래요. 지금."

소라는 이유를 더 묻지 않았다. 이레의 삼각대를 들고 있던 보조 지지대를 바닥에 내려놓고, 철제 출입문 쪽으로 달렸다. 종소리가 한 번 더 울리자 문이 자동으로 닫히기 시작했다.

소라는 양손으로 문을 밀었다. 이레는 지지대를 잡으려 했지만, 카메라 케이블이 문턱에 걸렸다.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화면이 심하게 흔들렸다. 라이브 화면이 검게 변했다가, 휴대폰 전면 카메라로 돌아왔다.

파란말풍선: 어 뭐야 진짜 사고남? 절벽콩: 문 잡는 쪽으로 가면 안 돼요? 케이블 빼요

"보조 카메라 버려요." 소라가 말했다.

"아직 안 끊겼어요."

"다음에 사면 돼요. 손 놓으면 우리 둘 다 안쪽이에요."

이레는 이를 악물고 케이블을 놓았다. 보조 카메라가 문 바깥으로 끌려가며 금속 바닥에 부딪혔다. 소라는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까지 버티다가, 종소리가 멎자 손을 뗐다.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복도 끝,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경비실 문이 열려 있었다.

"응답이 이거였네요." 이레가 숨을 고르며 말했다.

"카메라 하나랑 바꾼 답치고는 별로예요."

"그러니까 다음에는 끝까지 읽고 누르겠습니다."

소라는 손바닥에 남은 자국을 털었다.

"다음에는 누르기 전에 저한테 말하고요."

"그것도요."

――

경비실 안에는 의자 하나와 오래된 방문 기록대가 있었다. 바깥 화면으로는 보조 카메라가 끊긴 연출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은 계속 방송 중이었고, 소라가 문을 붙잡은 장면도 그대로 남았다.

소라는 문 옆에 떨어진 케이블 조각을 주워 흔들었다.

"이건 수리 가능할까요?"

"몰라요."

"방금 그 말을 오늘만 세 번째 들었는데요."

"대신 이번에는 모른다는 걸 먼저 말했습니다."

"그건 인정."

소라는 케이블을 주머니에 넣었다. 이레는 그 짧은 행동이 이상하게 위로가 됐다. 카메라를 잃은 일은 끝난 게 아니었다. 수리비도, 다음 방송의 화면도 남아 있었다. 그래도 비용을 적어 둘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은 어제와 달랐다.

이레는 기록대를 펼쳤다. 종이에는 최근 출입자 대신 길드 로고가 찍힌 확인 도장만 반복돼 있었다. 하이드 길드의 푸른 사각형. 계약서 첫 장에도 있던 로고였다.

기록대 맨 아래에는 손으로 지운 줄이 여러 개 있었다. 잉크가 번져 이름은 읽을 수 없었지만, 오른쪽 칸의 도장 날짜는 남아 있었다. 관리국의 긴급 차단 날짜와 같은 날이었다. 하이드가 그날 이곳을 확인했다는 뜻인지, 단순히 서류를 맡았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레는 휴대폰을 기록대에서 살짝 비켰다.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라이브에 올리고 싶지 않았다.

"방금 카메라 피한 이유가 그거예요?" 소라는 기록대를 내려다봤다.

"기록대에는 날짜만 남아 있어요. 이걸로는 하이드가 뭘 했는지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럼 방송 끝나고 확인하면 되죠."

"무엇부터요?"

"먼저 오늘 영상부터 저장해요. 문 잡은 장면도, 경비실 열린 장면도. 나중에 누가 연출이라고 하면 보여 줄 수 있게."

이레는 화면 오른쪽의 녹화 표시를 확인했다. 소라가 말한 방식은 추측보다 오래 남을 수 있었다. 본 사람이 기억하고, 남은 화면이 서로 맞는지 확인하는 것.

"좋아요. 오늘은 여기까지예요. 돌아가서 영상 정리하고, 다음 공략은 기록부터 확인한 뒤에 켜겠습니다."

파란말풍선: 다음 편 떡밥이 길드 기록임? 절벽콩: 영상 원본은 꼭 백업하세요

그 위에만 태그가 떠 있었다.

[하이드 길드 / 위험: 이미 지운 길]

이레의 손이 기록대 위에서 멈췄다.

"뭐 찾았어요?" 소라가 이레의 굳은 손끝을 봤다.

이레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로고는 종이 위에 평범하게 찍혀 있었다. 카메라에도, 소라의 눈에도 같은 잉크 자국으로만 보일 것이다.

"아직 모르겠어요."

소라는 닫힌 입구 문 쪽을 한 번 보고, 이레의 표정을 봤다.

"그 말은, 모르는 게 생겼다는 뜻이죠?"

이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데 이건 방송에서 바로 말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채팅창에는 보조 카메라가 끊긴 이유를 추측하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이레는 그 사이에서 태그의 마지막 단어만 다시 읽었다.

지운 길. 이레는 그 문구를 머릿속에서 지우지 못했다. 다음 방송의 시작은 이 기록이어야 했다. 확인할 일은 더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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