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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방송을 다들 게임 컨셉으로 안다

06. 출처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무료 공개6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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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책상 위에서 두 번 울렸다.

이레는 화면을 뒤집어 놓지 못했다. 알림 미리보기에는 하이드 길드 공략팀장의 이름이 떠 있었다. 어젯밤 도착한 질문 아래로, 짧은 문장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자료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확인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달라질까?

이레는 샤프 끝으로 메모지 모서리를 눌렀다. 태그가 보인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 말을 증명하려고 해도, 태그는 화면에 남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연이라고 적고 싶지도 않았다. 어젯밤 복도에 갇혔던 셋이 복도 밖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이레는 봤다.

문이 열리고 소라가 종이컵 두 개를 들고 들어왔다. 한쪽에는 김이 남았고, 다른 쪽에는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답장 안 해요?"

"질문이 아니라 확인서 같아서요. 한 줄 쓰면 다음 줄부터는 자기들 양식으로 바뀔 것 같아요."

소라는 차가운 컵을 이레 쪽으로 밀었다.

"그럼 방송부터 켜죠. 어제 들어갔던 사람들, 아직 채널에 붙어 있던데요."

"오늘 던전은 안 가요."

"이번에는 제 역할이 뭐예요?"

이레는 메모지에 숫자를 세 개 적었다. 혼자 들어가지 말 것. 출구가 되풀이되면 앞으로 가지 말 것. 출처를 모르는 이미지는 관리국에 같이 보낼 것.

"사람들이 게임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아요. 대신 그 안에 진짜로 필요한 말은 넣을게요."

소라는 종이컵 뚜껑을 한 번 눌러 닫았다.

"게임 공략처럼 말하면서요?"

"게임이면 더 잘 외우잖아요."

방송 제목을 적는 칸에서 이레의 손이 멈췄다. 관리동 던전 공략, 하이드 길드, 가짜 이미지. 어느 단어도 지금은 쓰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지목하는 제목은 싸움부터 부른다. 어젯밤의 세 사람은 구경거리가 된다.

이레는 제목을 짧게 고쳤다.

초보자 안전모드 업데이트

소라는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진짜 게임 방송 같네요."

"그게 오늘 목표예요."

라이브 표시가 켜지자 채팅이 바로 밀려왔다. 어젯밤의 세 사람이 남긴 짧은 영상이 여기저기 퍼진 모양이었다. 빨간 EXIT 앞에서 길을 잃은 장면만 잘라 놓은 영상이었다. 누가 봐도 돈을 들인 체험형 콘텐츠처럼 보였다.

파란말풍선: 어제 그 맵 버그 수정 방송이에요? 바닥수리: 제작진은 오늘도 대본 없다고 우기겠지 절벽콩: 대본 있으면 수동 잠금 관을 그렇게 당기진 않았습니다. 팔 빠져요

이레는 채팅창 옆에 작은 메모장을 세워 뒀다. 펜 끝이 자꾸 손가락에 걸렸다.

"오늘은 길을 찾는 방송이 아니에요."

"던전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이 화면 하나만 보고 따라 하지 않게 하려고 켰어요."

채팅이 한 박자 늦게 움직였다.

파란말풍선: 그게 튜토리얼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해도 됩니다. 대신 튜토리얼은 죽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여긴 아니에요."

소라는 카메라 밖에서 이레를 봤다. 이레는 곧바로 다음 장을 넘겼다. 길게 설명하면 말이 넓어졌다. 필요한 건 세 줄뿐이었다.

"첫째, 혼자 들어가지 마세요."

"둘째, 출구가 같은 곳으로 돌아오면 뛰지 말고 멈추세요."

"셋째, 출처가 안 적힌 이미지는 저장만 하지 말고 신고할 곳부터 찾으세요."

바닥수리: 세 번째는 게임 공략에 왜 들어가요 절벽콩: 맵 공유 링크에 악성 파일 붙이는 놈도 있어서요. 현실도 비슷하겠죠 파란말풍선: 아 그래서 설정이 현실 던전인 거구나

소라가 카메라 바깥에서 작은 화이트보드를 들어 보였다. 네 칸만 그려진 표였다. 장소, 이미지가 처음 올라온 곳, 이미 들어간 사람이 있는지, 지금 확인할 수 있는 사람. 이레는 원래 방송 중에 빈칸을 보여 주는 일을 싫어했다. 모르는 부분은 누군가가 멋대로 채우기 쉬웠다.

"제보를 받을 때도 이 네 가지가 비어 있으면 공략으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추측은 채팅에 남을 수 있어도, 다음 사람이 따라갈 문장으로는 안 남겨요."

바닥수리: 그럼 시청자 제보도 검증 절차 타는 거예요? 절벽콩: 적어도 누가 어디서 들었는지는 남겨야죠. 정비도 출처 없는 부품은 못 씁니다 파란말풍선: 설정이 점점 빡세지는 운영진 같음

"운영진 아니고, 위험한 길을 본 사람이 다음 사람한테 넘길 메모예요."

이레는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설명을 길게 붙이면, 사람들은 그 문장만 잘라 간다. 대신 소라가 준비한 관리국 신고 창구와 던전 출입 허가 확인 방법을 화면에 띄웠다. 링크가 나갈 때마다 채팅창에는 게임 위키 업데이트라는 말이 섞였다.

절벽콩이 긴 글 하나를 올렸다. 오래된 건물의 수동 잠금은 관리국 안내문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발견했다는 제보만으로 손대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레는 그 문장을 고정했다. 채팅은 곧바로 왜 잠금 장치 설명을 풀지 않느냐고 떠들었지만, 절벽콩은 한 줄만 덧붙였다.

절벽콩: 내가 아는 건 배관이고, 던전 안에서 뭘 하는지는 현장 판단이에요

소라는 그제야 카메라 쪽으로 손을 내밀어 고정 댓글을 가리켰다.

"저 문장. 오늘 제일 중요하네요."

"그래서 고정했어요. 아는 말이 바로 실행 지시가 되면 안 되니까."

그 말들 사이로 다른 댓글이 천천히 올라왔다.

빨간문런: 어제 저희는 진짜 그 이미지 믿고 들어갔어요. 이거 보고 멈춘 사람 있으면 좋겠네요

이번에는 채팅이 한 번에 답하지 못했다. 농담을 치던 닉네임들이 잠깐 멎고, 숫자도 이모티콘도 아닌 문장이 몇 줄 올라왔다.

파란말풍선: 그럼 다음부터는 출처부터 볼게요 바닥수리: 나도 어제 캡처본 저장했는데 신고 같이 넣겠음 절벽콩: 파일 원본 있으면 손대지 말고 복사본만 보내세요. 메타데이터 남을 수도 있으니까

이레는 고개를 숙여 메모장에 체크 표시를 했다. 화면 속 경고문은 길지 않았지만, 그 뒤에서 각자 움직이는 손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할게요."

"다음에 들어갈 곳이 생기면,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말하겠습니다."

파란말풍선: 다음 맵 예고도 없이 끄는 게 제일 무서움 절벽콩: 저 말은 진짜로 지켜요. 어제도 그랬고

"방송 끝나도 신고 링크는 고정해 둘게요."

"여기서 누가 길을 물으면, 아는 사람만 답하지 말고 모르는 사람도 멈추라고 해 주세요."

바닥수리: 채팅한테 꽤 큰 역할 주네요

"한 사람한테만 맡기면, 그 사람이 틀렸을 때 같이 무너져요."

소라는 카메라 밖에서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저 말, 자막으로 잘라서 올려도 돼요?"

"문장 앞뒤는 남겨요. 잘라서 퍼지는 건 오늘로 충분하니까."

이레는 종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채팅을 한 번 더 훑었다. 백도현의 계정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면 밖에서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소라가 자기 폰을 내려다보더니, 표정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다녀올게요."

"어디요?"

"확인할 게 생겼어요. 방송은 끄세요."

문이 닫힌 뒤에도 이레는 종료 버튼을 누르지 못했다. 방금 떠난 소라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짧았다. 이레는 결국 화면을 끄고, 답장 쓰기 칸도 닫았다.

――

소라가 돌아온 건 해가 창문 가장자리까지 내려온 뒤였다. 한 손에는 편의점 봉투가, 다른 손에는 납작한 서류 봉투가 들려 있었다. 봉투 겉면에는 발신인도 받는 사람도 없었다.

"누가 준 거예요?"

"하이드에서 나간 사람. 제 방송 보고 연락했대요. 정확히는 어제 영상을 봤다고 했고요."

소라는 봉투를 책상 위에 놓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봉투 가장자리를 붙들고 있었다.

"원본은 못 준대요. 복사본만 남겨 뒀다고. 이걸 꺼내면 자기 이름도 같이 나올 수 있으니까."

"그래도 가져왔어요."

"가져오기 전에 한참 물었어요."

"지금 이걸 내놓으면 누가 더 위험해지는지."

"그 사람은 자기가 이미 떠났다고 했고요."

"당신이 방송으로 사람을 멈추게 한 걸 봤다고 했어요."

이레는 봉투를 받았다. 종이는 생각보다 두꺼웠다. 가장 위에는 하이드 길드 내부 양식처럼 보이는 표가 있었고, 몇 줄은 검은색으로 지워져 있었다. 남은 칸에는 사고 구역, 공략 기록 처리, 유가족 안내라는 항목이 줄을 맞추고 있었다.

그 아래에 사망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레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지 않았다. 종이를 한 장 더 넘겼다. 누군가가 사라진 뒤에는 이름보다 처리 과정이 먼저 적혀 있었다. 기록 회수. 현장 사진 비공개. 공략 데이터 접근 제한.

"사망자 이름은요?"

"지워졌어요. 사고 경위도 반쪽만 남았고요."

"그럼 지워지지 않은 쪽부터 확인해요."

소라가 의자 등받이에 손을 얹었다.

"이걸로 하이드가 일부러 사람을 죽였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죽고 나서 뭘 했는지는 남아 있네요."

"그 말부터 방송에 올리면 안 돼요."

"알아요. 그래서 가져온 거예요. 당신은 먼저 확인하라고 할 테니까."

이레는 세 번째 장에서 손을 멈췄다. 사고 구역 칸 아래에 지워지지 않은 장소 하나가 남아 있었다. 관리동과는 다른 이름이었다. 폐쇄 처리가 찍힌 날짜 옆에는 공략 기록이 회수됐다는 문장도 붙어 있었다.

누가 다시 들어가려는 걸까?

세원 지하상가 던전.

소라는 봉투 안쪽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을 더 꺼냈다. 그 종이에는 하이드 길드의 결재 도장이 없었다. 대신 누군가가 급하게 적은 메모가 있었다.

재진입 계획은 공략 기록 미공개로 진행한다.

소라가 종이를 이레 앞으로 밀었다.

"여기, 다시 열리기 전에 확인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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