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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략 방송을 다들 게임 컨셉으로 안다

05. 지운 길

무료 공개5 /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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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길드 로고가 붙은 공략 이미지는 밤이 되기 전에 퍼졌다.

관리동 던전 정면 계단, 빨간 EXIT만 따라가면 안전합니다.

이미지는 깔끔했다. 입구 사진 위에 화살표가 세 개, '초보자 추천'이라는 문구, 하단에는 하이드 공략팀 검증본이라는 도장. 전날 이레가 방송에서 보여 준 호출기와 출입문도 작게 표시돼 있었다. 대신 타일의 위험도, 문을 붙잡아야 했던 비용도 빠져 있었다.

이레는 모니터에 띄운 이미지를 확대했다. 빨간 EXIT 표지는 경비실과 반대쪽 복도에 있었다. 어제 태그가 보였던 로고와 같은 파란 사각형이 이미지 아래에 찍혀 있었다.

"이게 그 지운 길이에요?" 소라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다만 이건 안전한 공략이 아닙니다."

"어떻게 알아요?"

"정면 계단은 세 번째 같은 발걸음에서 뭐가 일어나는지 확인하지 못했어요. 저 사람들은 그걸 직진하라고 쓰고 있어요."

소라는 이미 장갑을 끼고 있었다. 이레가 보조 카메라 영상을 정리하자고 부른 뒤부터, 소라는 별말 없이 이레의 집 책상 옆에 앉아 있었다.

"신고부터 해요."

"이미 했어요. 관리국에는 이미지 출처 확인을 요청했고요."

"그럼 끝났네요."

"끝나기 전에 따라 들어간 사람이 있는지 봐야죠."

이레는 레이 채널의 방송 시작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가짜 공략을 반박하려면 화면으로 다시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방송을 켜는 순간, 누군가는 이쪽 말도 또 하나의 콘텐츠로 받아들일 것이다.

소라가 이레 손목을 붙잡지는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가리켰다.

"오늘은 처음에 말해요. 모르면 모른다고. 그리고 저는 여기 있을 테니까."

이레는 턱을 천천히 내렸다.

"오늘 방송은 공략이 아닙니다. 멈추라는 방송이에요."

――

방송을 켜자마자 채팅창은 관리동 이미지 이야기로 가득 찼다.

파란말풍선: 하이드 검증본이면 진짜 아닌가요? 절벽콩: 저 화살표, 관리동 옛 도면에는 없던 방향인데 바닥수리: 레이님이 어제 말한 루트랑 왜 다름

이레는 이미지를 화면에 띄우지 않았다. 클릭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다루고 싶지 않았다.

"지금 커뮤니티에 도는 관리동 공략은 따라 하지 마세요. 제가 이게 거짓이라고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말할 근거도 없습니다. 정면 타일은 두 번까지만 반응을 확인했고, 빨간 EXIT는 제가 본 적 없는 구간입니다."

파란말풍선: 그럼 하이드가 틀렸다는 거예요?

"모릅니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때 낯선 닉네임이 채팅창에 올라왔다.

빨간문런: 관리국 출입 허가 받고 들어온 초보 헌터 셋인데, 저희 이미 들어왔는데요

이레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빨간문런: 셋이서 들어왔고 이미지대로 계단 올라왔어요. 빨간 EXIT 앞인데 문이 열렸다 닫혔다 해요

소라가 바로 화면을 끌어당겼다.

"통화 가능하대요?"

"메시지 보낼게요. 방송 음성으로 듣게 해 달라고."

빨간문런: 폰 하나로 켜 놨어요. 친구가 들고 있음

이레는 목소리를 낮췄다.

"빨간문런 님, 제 말만 믿지 마세요. 주변에 관리국 안내원이나 다른 헌터가 있으면 그쪽부터 찾으세요. 지금은 출구 쪽에 누구도 없고, 문만 반복되는 건가요?"

빨간문런: 맞아요. 들어가면 처음 계단으로 다시 나와요. 안내판도 똑같고

이레는 눈을 감았다. 태그가 보이는 던전 안이 아니었다. 화면 너머라면 글자가 보일 리 없다. 이레는 방송 화면에 비친 빨간 EXIT와 벽의 그림자만 볼 수 있었다.

"문을 더 열어 보려고 하지 마세요. 셋 다 지금 위치에서 발을 멈추세요."

"지금 각자 다친 데는 없어요? 장비는 뭐가 있어요?" 이레가 물었다.

빨간문런: 손전등 하나랑 휴대폰 두 개요. 앞에 있는 애가 문 두 번 밀다가 손목 조금 삐끗했어요

"문 손잡이에서 손 떼고, 손목은 움직이지 마세요. 다른 두 분은 문에서 한 걸음씩 떨어져요. 누구도 같은 자리를 왕복하지 말고요."

"저희가 한 게 잘못이에요?"

"지금은 원인을 정할 때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멈춰 준 덕분에 확인할 수 있는 게 생겼습니다."

이레는 일부러 말의 순서를 지켰다. 먼저 위험을 단정하면 아이들이 더 움직일 수 있다. 먼저 할 행동, 그다음 이유. 태그가 없을 때도 그 원칙은 남았다.

"왜요?" 소라가 아주 작게 물었다.

"모르니까요. 반복되는 문이면, 움직인 횟수가 조건일 수도 있어요."

방송 화면 속 복도는 조금씩 흔들렸다. 폰을 든 사람이 손을 바꿀 때마다 빨간 EXIT 표지와 회색 벽이 번갈아 보였다. 이레는 화면 구석의 바닥을 확대했다. 문 앞에 검은 테이프 선이 두 겹 붙어 있었고, 그 뒤에는 젖은 발자국이 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

"빨간문런 님, 문 바로 앞 바닥에 검은 선 두 개 보여요?"

빨간문런: 네. 처음부터 있었어요

"그 선 안으로 다시 들어가지 마세요. 여러분이 지나온 자리가 아니라, 문이 돌아가는 경계일 수 있어요. 지금 서 있는 곳에서만 움직여요."

소라는 이레의 메모장에 짧게 적었다. 발자국은 셋, 검은 선은 둘. 이레는 그 숫자를 정답처럼 쓰지 않았다. 다만 절벽콩이 말한 주황색 관이 보일 때까지, 세 사람이 문을 다시 밀지 않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절벽콩: 화면 왼쪽 벽에 소화전 보여요? 그 옆 회색 배관 말고, 바닥 가까운 주황색 관이요 빨간문런: 보여요 절벽콩: 그건 예전 관리동 비상문 수동 잠금 장치랑 이어졌어요. 정면에서 밀면 안 열리고, 관을 잡고 문을 바깥쪽으로 당겨야 해요

이레는 채팅 입력창을 바라봤다.

레이: 그 구조를 어떻게 아세요?

절벽콩: 예전에 그 건물 배관 갈았어요. 던전 되기 전 이야기지만, 문 뒤쪽 구조까지 갑자기 바뀌진 않았을 거예요. 확실한 건 아니고요

이레는 그 마지막 문장을 놓치지 않았다. 확실하지 않다는 말은 정보를 버리라는 뜻이 아니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만든다는 뜻이었다.

"절벽콩 말은 옛 건물 구조 정보예요. 던전 안에서 그대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관을 당기더라도 문 앞 사람은 손잡이를 잡지 말고, 이상하면 바로 손을 놓으세요."

빨간문런: 세 명 모두 듣고 있어요. 손대기 전에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파란말풍선: 이거 진짜 실시간 공략 맞아?

이레는 절벽콩의 글을 두 번 읽었다. 그 설명은 태그가 아니었다. 절벽콩이 아는 오래된 건물 구조였다. 방송 밖의 누군가가, 이레가 읽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있었다.

"빨간문런 님, 주황색 관에 손대기 전에 세 분 위치부터 말해 주세요."

빨간문런: 문 앞 하나, 폰 든 애 하나, 저는 뒤쪽

"좋아요. 첫째, 문 앞 사람은 손잡이를 잡지 마세요. 둘째, 폰 든 사람은 문 옆에 붙어서 화면을 밝히세요. 셋째, 빨간문런 님은 주황색 관을 잡고, 당기기 전에 친구들에게 말해요. 한 번에 움직일 거라고."

"그게 열릴 거라고요?" 빨간문런이 물었다.

"모릅니다. 대신 지금 문을 밀어서 되돌아가는 것보다는, 구조를 확인한 선택이에요. 소라가 현장에 있었다면 먼저 관을 봤을 겁니다."

소라가 화면을 보며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관을 잡는 사람 손 미끄러지면 바로 놔요. 억지로 버티지 말고."

빨간문런: 제가 관 잡겠습니다. 현장 판단은 저희가 할게요. 셋이 같이 움직일게요

잠시 뒤, 방송 음성 너머에서 누군가 "당긴다"고 말했다.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고, 빨간 EXIT가 안쪽이 아니라 복도 쪽으로 반 뼘 움직였다. 틈 사이로 새 공기가 들어왔다. 문 앞에 있던 사람이 놀라 뒤로 물러났다.

빨간문런: 열렸어요. 밖에 안내원 있어요

채팅창이 한꺼번에 올라왔다. 이레는 손을 들었다.

"뛰지 말고 안내원 쪽으로 걸어가세요. 방송은 끄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밖에 나가면 관리국에 어떤 이미지 보고 들어왔는지 그대로 말하세요."

빨간문런: 들렸어요. 진짜 감사합니다

소라는 이레 옆에서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이레는 그제야 자신도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절벽콩: 저 관 위치는 다음엔 도면으로 정리해 둘게요. 혼자 들어가서 확인하진 말고요 파란말풍선: 게임 공략인 줄 알았는데 왜 진짜로 나옴

이레는 방송 화면을 잠시 껐다. 가짜 이미지를 다시 보여 줄 필요는 없었다. 방금 나온 사람 세 명과, 그들을 밖으로 데려간 안내원이 더 확실한 기록이었다.

소라는 화면 밖에서 구조 접수 번호를 다시 확인했다.

"이미지 보낸 계정도 같이 넘길까요?"

"네. 다만 하이드가 올렸다고는 쓰지 마요. 로고가 있다고 해서 작성자가 하이드인 건 아니니까."

"그래도 누군가는 책임져야죠."

"그래서 기록을 남기는 거예요. 책임질 사람을 먼저 정하면, 틀린 사람을 놓칠 수 있으니까."

소라는 잠시 이레를 바라보다가 휴대폰 화면을 껐다. 방 안에는 구조 접수 연결음만 낮게 남았다. 이레는 그 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오늘은 그 말, 방송에서 잘했어요. 멈추라는 방송."

휴대폰에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 백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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